스며드는 것 / 안도현
꽃게가 간장 속에
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
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
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
꿈틀거리다가 더 낮게
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
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
어찌할 수 없어서
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
한 때의 어스름을
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
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
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
저녁이야
불 끄고 잘 시간이야

'한국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여승 / 백석(좋은 시 감상) (0) | 2023.04.14 |
|---|---|
| 무인도 / 나태주(좋은 시 감상) (0) | 2023.04.14 |
| 너에게 띄우는 글 / 정혜인(좋은 시 감상) (0) | 2023.04.12 |
| 진달래꽃 / 김소월(좋은 시 감상) (0) | 2023.04.11 |
| 사는 법 / 나태주(좋은 시 감상) (0) | 2023.04.11 |
댓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