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한국 시

봄 숲 / 복효근

by 강나루 뱃사공 2023. 5. 15.

봄 숲 / 복효근

 

그러니 그대여,
오늘은
내가 저이들과 바람이 나더라도
바람이 나서 한 사나흘 떠돌더라도
저 눈빛에
눈도 빼앗겨 마음도 빼앗겨
내 생의 앞뒤를 다 섞어버리더라도
용서해다오
세상에 지고도 돌아와 오히려 당당하게
누워 아늑할 수 있는 그늘이
이렇게 예비 되어 있었나니
그대보다도 내보다도
또 그 무엇보다도
내 남루와
또한 그대와 나의 마지막 촉루를
가려줄 빛깔이 있다면
그리고 다시 이 지상에 돌아올 때
두르고 와야 할 빛깔이 있다면
저 바로 저 빛깔은 아니겠는가
그러니 그대여
오늘은
저이들이랑 그대와 나와랑
함께 바람이 나버려서
저이들이 길어오는 먼 나라의 강물빛 아래 누워
서로를 들여다 보는 눈빛에서
엽록소가 뚝뚝 듣게 해도 좋겠다
저 숲나무 빛깔로 그대로 저물어도 좋겠다

 

'한국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상황 그릇 / 박라연  (0) 2023.05.17
감자꽃 필 무렵 / 양전형  (0) 2023.05.16
푸른 밤 / 나희덕  (0) 2023.05.14
살림 / 이병률  (0) 2023.05.13
꽃샘바람 / 이해인  (0) 2023.05.12

댓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