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산 / 박연준
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
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
동그랗게 휜 척추를 깨우고, 주름을 펼 수 있다
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
눈을 감고,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
벽에 매달린 우산은,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
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,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
수많은 비의 혀들,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
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,
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

'한국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배웅 / 이문재 (0) | 2023.06.11 |
|---|---|
| 서울 / 심재휘 (1) | 2023.06.10 |
| 참깨를 털면서 / 김준태 (0) | 2023.06.08 |
| 돋는다 / 박노해 (0) | 2023.06.07 |
| 그럴 때가 있다 / 이정록 (0) | 2023.06.07 |
댓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