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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국 시

우산 / 박연준

by 강나루 뱃사공 2023. 6. 9.

우산 / 박연준


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
이따금 한번씩은 비를 맞아야
동그랗게 휜 척추를 깨우고, 주름을 펼 수 있다
우산은 많은 날들을 집 안 구석에서 기다리며 보낸다
눈을 감고, 기다리는 데 마음을 기울인다

벽에 매달린 우산은, 많은 비들을 기억한다
머리꼭지에서부터 등줄기, 온몸 구석구석 핥아주던
수많은 비의 혀들, 비의 투명한 율동을 기억한다
벽에 매달려 온몸을 접은 채,
그 많은 비들을 추억하며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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