서울 / 심재휘
무엇인가 일요일인데 왠지 아무 일도
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이어서
아무 일도 안 할 수는 없고 무엇인가
어디론가 걷는다
길가에 장미가 필 유월은
나를 데리고 걷는다
장미를 보는 순간은 비행기를
볼 수가 없고 구름 위에서 들려오는
비행기 소리를 들으면 전화기 속의
당신을 들을 수 없어서 무엇인가 일요일인데
왠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
걷는다 걸으면서 눈앞의 신호등이
서둘러 푸르게 변하기를 바라보며 나는
쓸쓸하지 않도록 걷는다
걷는다
걷는 동안 나는 나를 또
걷게 할 수는 없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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